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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어덮밥 vs 히츠마부시 —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음식

지식_아카이브 2026. 2. 17. 21:07

장어덮밥 vs 히츠마부시 —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음식

오늘 친구가 장어덮밥을 사준다해서 아무생각 없이 가게로 갔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당연히 히츠마부시 가게라고 생각했는데 우나동 가게였다. 그 순간 다음 질문이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우나동, 우나쥬, 히츠마부시 — 셋 다 장어덮밥인데 도대체 뭐가 다른 걸까? 이름만 다른 같은 음식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발원지부터 조리법, 그릇, 먹는 방식까지 상당히 다르다.


우나동과 우나쥬 — 도쿄(간토) 방식의 장어덮밥

먼저 우나동(うな丼)과 우나쥬(うな重)의 차이부터 정리하자. 둘 다 본질적으로 같은 음식이지만 담는 그릇이 다르다. 우나동은 흔히 아는 원형 밥그릇에, 우나쥬는 네모난 칠기 도시락 형태의 그릇에 담겨 나온다. 일반적으로 우나쥬가 양이 더 많고 격식 있는 자리에서 제공된다.

조리법의 핵심은 "찌기(蒸し, 무시)" 공정의 유무다. 간토(도쿄·요코하마) 방식은 장어를 한 번 초벌 구운 뒤, 쪄서 기름기와 잡내를 날린 다음, 다시 타레(간장·미린·설탕·술로 만든 달짝지근한 소스)를 바르며 구워낸다. 덕분에 식감이 매우 부드럽고 촉촉한 것이 특징이다. 반면 간사이(오사카·교토) 방식은 찌는 과정 없이 바로 구워내어 탄탄하고 쫄깃한 식감을 살린다.

그릇에 담길 때는 큼직하게 자른 장어 카바야키(구이) 한 점이 밥 위를 통째로 덮는 비주얼이 전형적이다. 토핑은 별도 없이 장어와 밥, 그리고 산초(초피) 가루가 전부다. 먹는 방법도 단순하다 — 장어와 밥을 조절해가며 그냥 먹으면 된다.


히츠마부시 — 나고야(아이치현)의 향토 음식

히츠마부시(ひつまぶし)는 아이치현 나고야시의 향토 요리로, 나고야 3대 명물 중 하나다. 이름 자체가 요리를 설명해준다. **히츠(お櫃)**는 밥을 담는 둥근 나무 통을 뜻하고, 마부시는 "섞다(混ぜる)"에서 파생된 말로, '나무통에 담아 섞어먹는 밥'이라는 의미다.

우나동·우나쥬와 가장 눈에 띄는 차이는 세 가지다.

첫째, 장어를 잘게 썬다. 히츠마부시는 장어를 한 입 크기로 잘게 잘라 밥 위에 촘촘히 올린다. 큼직한 한 점이 아니라, 밥 전체에 고루 섞이도록 잘게 썰리는 것이 특징이다.

둘째, 더 바삭하게 굽는다. 히츠마부시는 찌는 공정 없이 직접 구워내기 때문에 간토식보다 겉면이 바삭하고 향이 강하다.

셋째, 토핑이 함께 제공된다. 장어 외에 잘게 썬 쪽파, 채썬 김, 차조기(시소), 와사비, 그리고 장어 육수가 함께 나온다.


히츠마부시의 하이라이트 — 4단계 즐기는 법

히츠마부시가 진짜 특별한 이유는 하나의 음식을 세 가지(혹은 네 가지) 방식으로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방법은 밥과 장어를 4등분해서 순서대로 즐기는 것이다.

  1. 첫 번째 (그냥 먹기) — 아무것도 얹지 않고 장어와 밥 본연의 맛을 감상한다.
  2. 두 번째 (토핑과 함께) — 쪽파, 와사비, 채썬 김, 시소 등을 올려 향긋하고 상큼한 맛을 즐긴다.
  3. 세 번째 (오차즈케로) — 남은 밥에 장어 육수(또는 녹차)를 부어 오차즈케처럼 말아먹는다. 담백하고 깔끔한 마무리다.
  4. 네 번째 (자유롭게) — 앞의 세 가지 중 가장 맛있었던 방식으로 한 번 더 즐긴다.

이 과정이 단순한 식사를 하나의 '음식 경험'으로 만들어준다.


한눈에 보는 비교표

항목우나동 / 우나쥬히츠마부시
원산지 도쿄(간토) 나고야(아이치현)
그릇 원형 밥그릇 / 네모 칠기 둥근 나무 통(오히츠)
장어 크기 큼직하게 잘게 썰어
조리법 굽기 + 찌기(간토식) 직접 굽기(더 바삭)
토핑 장어만 쪽파, 김, 시소, 와사비 등
먹는 방법 그냥 먹기 3~4단계로 다양하게

어떤 걸 선택해야 할까?

부드럽고 촉촉한 장어를 직관적으로 즐기고 싶다면 우나쥬, 나고야 현지 분위기 속에서 하나의 음식을 다채롭게 경험하고 싶다면 히츠마부시가 정답이다. 처음 일본 장어덮밥에 도전하는 사람이라면 히츠마부시가 더 다양한 재미를 준다. 가격은 보통 히츠마부시가 조금 더 비싼 편이지만, 그 경험의 가치를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이 된다.

나고야에 간다면 아츠타 호라이켄(熱田蓬莱軒)이나 히츠마부시 마루야 본점(ひつまぶし備長 丸屋本店)이 현지인에게도 검증된 대표 맛집이다.